관계ON: 관하여 (not About)

그냥 평범한 어느 학교의 총회 이야기

모지완주: 느리게 완주해부러 2025. 3. 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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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초등학교 총회를 다녀왔다.

태극기를 바라보며 국민의례를 하는 순간,

그 비장한 배경음악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했다.

익숙하면서도 나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반원형의 세미나실에 좌석구분 없이 편안하게 둘러앉아 시작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들이 별명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교장, 교감선생님의 편안한 환대와 진행이 마음에 들었다.

지역의 발전협의회와 함께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재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에 위기를 느끼고 20여년 전과 같이 다시 한번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하는데,

위기를 위기라 부르며 사람들이 뜻을 모으는 순간, 그건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느낌이 들었다.

수 십 년의 역사가 같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교육과정은 내가 추구하고 기대했던 거의  모든 것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놀면서자라고 #살면서배우는 <만들면서 만드는 교육과정>같은 느낌....

 

교장선생님의 안내처럼 기본 세팅으로 장착된 소프트웨어가 무척 좋았다.

원형으로 한가운데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고 1층 교실에서 놀이터로 운동장으로 바로 뛰어 나갈 수 있는 하드웨어 구조는 애초에 이곳에 끌리게 한 요인이었으니 당연히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을 수록 내가 다니고 싶은 학교 같았다.

어린이집도 내가 다니고 싶은 그런 어린이집이었던 그런 곳이었는데 초등학교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안도와 기쁨의 마음이 차올라 교육과정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내가 나고 자란 곳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으나

나의 아이는 나중에 자신의 아이를 이 곳에서 낳고 자라고 싶길 바라는 마음이 내 마음에 들어섰다.

선생님들과 학년별 반별 대면식 겸 상담겸 따로 만난 별도의 자리가 있는 것도 좋았다.

그 자리가 학년에 한 반이어서 좋았고, 얼굴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았고,

같이 하는 양육자들의 얼굴을 모두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총회 일정을 안내 받으면서 이 모임의 이름이 '학부모 총회'가 아니라 '양육자 총회'라는 것부터 마음에 들었었다.

총회는 재원생의 숫자만큼의 양육자들이 모여 앉아 있었도 서로 모두 친하고 너그러운 관계라는 것이 느껴졌다.

 

총회를 마주한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부럽다는 느낌으로 이 글이 읽히길 바라는 만큼 나는 우리의 새로운 시작에 기대하고 있으며

그만큼 우리 나라 공교육의 현장이 힘들고 아프다는 것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25년 3월 21일 어느 학교의 그냥 흔한 총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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